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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투미에서 빗속에 갇히다 (2018년 11월 14일)

LifeChallenger 2018. 11. 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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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빌리시에서 11월 12일 오후 1시 30분에 도착하여 줄곧 내린 비로 호스텔에 발이 묶여 나가보지도 못하고 벌써 이틀째 호스텔에 머물고 있는데 빗속에 무리해 외출하여 돌아온 여행객이 비에 젖은 옷을 말리니 안그래도 좁고 습한 호스텔이 찌든 냄새와 더불어 난리도 아니다. 


Family hostel 도미토리룸


가뜩이나 좁은 거실은 비로 인해 발이 묶인 여행객들로 가득차고 이 와중에 밀린 빨래를 하겠다는 정신없는 이도 있고, 침실에 빨래를 널지 말라는 호스텔 주인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온 사방에 빨래를 널어놓는 통에 다른 여행객과의 시비도 벌어진다. 안그대로 혼이 빠질 지경인데 한 투숙객의 과일과 빵(내가 머물고 있는 Family Hostel은 방안에서 음식을 섭취할 수가 없어 모두들 사온 음식을 주방식탁에 놓는다)을 누군가 몇일째 먹어치운 일로 난리법석이다.


바투미에 비가 내리다

   

그의 말따나 이것은 돈의 문제가 아닌 양심의 문제인 것이다. 사실, 내가 왔을 당시 4사람만 있었고, 나머지 9명은 모두 나와 동시에 혹은 이후에 온 사람이기에 누가 음식을 먹었는지는 안봐도 비디오인데, 범인자체가 엄청 뻔뻔하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는 영어를 못한다는 핑계로 계속해서 러시아말로 떠들었고, 호스텔 주인에게 이야기해보아도 자신이 대신 사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하니 역정을 낸 사람이 오히려 민망해지는 것이 바로 피해자의 억울함이었다. 사실 이전의 투숙자들이 왜 이 호스텔을 평점 8.8이나 주었는지 모르겠지만, 싼값 딱 그만큼 수준의 호스텔이다. 내가 예약하던 당시의 숙박요금이 5라리였으며 이틀이 지난 지금은 7라리로 사실 인근 호스텔이 8라리 혹은 9라리이기에 값이 별로 차이가 안나면 이곳을 선택하지 않았을만큼 단점을 나열하자면


1. 4인실 방과 8인실 방, 더블룸 방, 그리고 거실에 침대를 놓았다. 도미토리룸에 콘센트가 하나밖에 없어서, 그것도 3구 연장케이블을 연결해놓아서 방이 꽈악 찰때는 8명이 이 3구짜리 콘센트를 공유해야하는 불편함이 있고, 밤이 되면 밤새 유튜브를 보는 여자 장기투숙객으로 인하여 언제나 독차지하니 충전이 필요한 사람은 거실로 나갈 수밖에 없고 이런 이유로 좁은 거실은 늘 만원이다. 


2. 호스텔내에 화장실이 하나라서 개인실이던 도미토리룸에 있는 사람이건 모두 이 화장실을 사용해야한다. 

3. 주방에는 양념이 전혀 없다. 그 흔한 소금과 후추조차도 비치되어 있지 않아서 요리를 하려는 사람은 모두 사와야한다. 

4. 내가 이제껏 숙박했던 트빌리시 최악의 호스텔 Old Tbilisi Hostel의 침대보다도 허접해서 매트리스가 움직일 때마다 아래로 내려간다. 나중에 자리를 바꿔 숙박했음에도 새로운 매트리스도 마찬가지였다. 

5. 주인의 영어가 능숙하지 않다. 그래서 의사소통상에 문제가 많다. 이곳은 러시아 투숙객이 많아서 모두들 영어가 아닌 러시아어로 소통하고 영어를 하는 사람이 오히려 외계인이 된다. 


후기에 보면 장점으로 무료빨래와 주인의 친절함이 거론된다. 무료빨래 좋다. 그런데 세탁기가 오래되어서 인지 잡음이 심하고 주방에 있어서 사용할라치면 엄청난 소음과 함께 주변사람에게 민폐를 끼치게 된다. 


Family Hostel 주방

  

물론 이를 상관하지 않고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인의 친절함? 뭔가 의사소통이 되어야지 친절함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주인이 나쁘거나 이상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도 그나름대로 친절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여태껏 머문 호스텔에서 이 주인보다 덜 친절한 사람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없다. 따라서, 주인의 친절함은 장점이 될 수 없다. 내가 생각하는 이 호스텔의 장점은 딱 하나이다. 저렴한 가격,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러시아 사발면


비도 오고 따뜻한 국물이 먹고싶어 근처 구멍가게에서 러시아산 사발면을 사서 뜨거운 물을 붓고 5분여를 기다렸음에도 면이 불지를 않는다. 지켜보던 러시아 친구가 10분은 있어야 먹을만 하단다. 


러시아 사발면 개봉


내가 40여년을 라면을 끓여 먹던 인간인데 뭐 이정도를 못할까 싶어 7분정도가 되어서 뚜껑을 열었더니 딱 알맞다. 문제는 국물이 니맛내맛도 아닌 맹탕이라는 것과 면이 꼬들하지 않다는 것. 뭐 그래도 뜨거운 국물이니 감사하게 먹었다. 


우중에 갇히다 보니 잡 생각도 많아지고 괜히 신경만 곤두선다. 그래서 투덜거리는 마음으로 호스텔에 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침 10시무렵 오늘은 무리를 해서라도 나가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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