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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메니아에서 소자본으로 사업하기 1탄 (시장분석)

LifeChallenger 2021. 12. 2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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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늘 사업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장사들을 한 나로써는 사실 사업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물론, 대규모 자본이 있어 나름 무역이라는 틀안에서 활동하면 좋겠으나, 모든 것에는 그만큼의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니, 인생 아이템을 만나기전까지는 돌다리를 두들겨 가며 더디 가도 늘 결과물은 같다는 내 인생철학으로 오늘도 이런 저런 인생사에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다. 

 

나의 자본은 2천달러, 한국돈으로는 대략 2백만원이 조금 넘는 돈이다. 나는 이 돈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구입하여 이 곳 아르메니아에서 제품을 팔 계획을 하고 있다. 말이 쉽지, 사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결국, 필요한 것은 사업을 진행할 경험과 지식이다. 우선, 어떤 물건을 구매할까에서부터, 어떻게 아르메니아로 해당 물건을 운송할 것인지, 세관은 어떻게 통과할 것인지, 누구에게 팔 것인지 등 고려해야할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시장분석이 선행되어야한다. 

 

그동안 내가 겪은 아르메니아는 농산물이 저렴한 편이지만, 공산품은 우리나라에 비해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가격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인즉슨, 아르메니아에는 공장이 없고 거의 모든 물건들이 해외에서 수입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수입품에 대해, 관세는 그다지 높지 않은 편이지만, 문제는 부가세 20%이다. 즉, 평균적으로 수입제품에 대해 지불해야하는 세금은 거의 물건의 도착가에 30%에 육박한다. 따라서, 아르메니아까지의 도착가가 1000달러라면 300달러는 세금으로 지불해야한다는 뜻이다. 더욱이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라서 어처구니 없는 육상운송비용까지 낸다고 생각하면 컨테이너의 비용은 아시아에서 이곳까지 거의 4500달러/20FT에 달하기에 높은 물류비와 세금을 감안한다면 이곳의 공산품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는 것도 다소 이해가 가는 편이다. 더군다나 나라의 전체인구가 250만을 상회하고 수도인 예레반도 인구분포도가 80만으로 낮은 편에 속하기에 한국으로 따지면 중소도시 규모의 시장을 가지고 있다. 국가의 산업구조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고, 제조업이라고 해봤자 식품제조와 음료제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농업이나 광업 등의 1차 산업이 대부분인 이 나라에서 제조업이 발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가공업이라고 해봤자 원자재를 해외에서 수입하여 단순 가공을 하는 것에 그치는 정도이다. 

 

이런 산업구조를 가진 나라라고 하더라도, 공산품의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 있다는 것이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지내온 나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거의 대다수 수입제품, 다시말해 공산품의 가격이 한국과 비교해서 같거나 비싸다는 말은 결국, 수입업자가 갖고 있는 마진율이 거의 200%에 육박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모든 물건을 동일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대부분의 생활용품은 그렇다는 말이 된다. 이것은 앞으로 좀 더 자세히 다루어보기로 하고, 오늘은 왜 아르메니아 시장에서 공산품의 가격이 높은 가에 대해 알아보기만 하자.

 

아르메니아 수도인 예레반을 돌아다니다 보면, 가장 많이 보게되는 가게는 슈퍼와 청과물가게이다. 거의 200미터에 하나꼴로 있다. 그것은 대로변만이 아니라 골목의 상황도 동일하다. 보통 동류의 가게들이 많아지면, 판매에 경쟁이 붙어 저렴해지기 마련이지만, 예레반의 슈퍼나 청과물가게는 절대로 그런 일을 볼 수 없다. 거의 동일하다. 물론, 지하철역사 근처나 대형건물이 있는 곳은 저렴한 곳이 하나 둘 있지만, 그것도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을 달리 해석하자면, 아르메니아 시장은 소비자 시장이 아닌 판매자 시장이라는 말로도 해석된다. 즉,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나의 직업이 무역업이라고 말하면, 모든 사람이 내가 돈이 엄청 많은 사람인줄 안다. 그만큼 아르메니아에서 무역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말과 동일하다. 한마디로 무역을 하면 떼돈을 번다.. 이런 식이다. 그렇다면, 그만큼 판매상황이 좋을까? 그것도 아니다. 시내 중심지를 방문해보면, 거의 모든 매장이 "할인"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옷가게나 화장품가게, 기타 전자제품 매장 등 50% 세일은 기본이다. 그만큼 그것을 구매할 여력이 일반 사람에게는 없다는 뜻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센가빗이라는 지역에는 레스토랑이 한군데도 없다. 그나마 하나 있는 것이라곤 타쉬르 피자라는 패스트푸드점이고 이마저도 식중독으로 인하여 사람들의 머리속에서 지워지고 있다. 그래서 외식을 하려면 시내 중심지로 가야하는데, 음식값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그래서 내가 아는 아르메니아 지인들 중 외식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으며,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의 결혼식, 누구의 환갑잔치.. 이런 인생에 큰 잔치때만 방문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앞서, 슈퍼와 청과물 시장을 제외한 거의 모든 매장이 할인을 하고 있을 정도로 판매가 저조한 상황이라고 언급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동네에서 한달에 하나꼴로 형성되고 있는 매장이 있다. 그것은 건설자재 매장이다. 지금 아르메니아에서 건설업은 호황사업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하나이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으니, 거의 모든 젊은이들이 수도인 예레반으로 모이고 있고, 사람들이 모이니, 살 공간이 없기 때문에, 우후주순으로 적은 규모이나마 아파트가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렇게 건설업이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건설자재 매장의 가격은 어딜가나 동일하다는 점이다. 이런 것은 수입업자가 정해져 있고, 그 수입업자가 시장가격을 컨트롤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수입업자가 여럿이고, 서로 담합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 경쟁을 하게 되면, 절대로 동일 가격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가 무역업이 아르메니아에서는 돈이 된다는 사람들의 인식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나의 지인 중 한명은 러시아에서 일회용 장갑을 수입한다. 그리고 그것을 병원에 납품하는데, 그 품질이 정말 어처구니 없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것의 가격이 나를 놀라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지인은 오늘도 열심히 판매를 하고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친구의 판매처는 병원들이고, 친척들이 많은 병원에서 일하기 때문에 그 친구외에 다른 업자들은 납품을 할 생각조차도 안하고 있다. 한번은 아르메니아 시장상황을 분석한 중국인이 대량으로 일회용장갑을 들여와서 병원에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납품하려고 했지만, 경쟁력 있는 품질과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중국인의 제품을 공급받으려는 병원이 없어, 결국, 사업을 포기하고 돌아갔다고 한다. 시장도 작은데, 물품공급에 대한 라인도 이미 정해져 있다보니, 아무리 무역에 통달한 사람이라도 시장 장벽을 뚫기 어렵다. 더욱이 외국인이라면 배타심이 강한 아르메니아 사람들은 아마 처다도 보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앞에서 언급한 중국인이 실패한 이유이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외국인인 내가 직접 물건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현지인들을 내세운 판매망의 형성만이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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