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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캐머이야기] 사랑은 SNS를 타고

LifeChallenger 2018. 9. 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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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시작된 컴퓨터의 보급화로 인하여 유니텔이나 하이텔과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전함에 따라 그곳에는 아직 때묻지 않는 많은 사랑이야기가 전해진다. 지금처럼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와는 정서적으로 조금은 달랐던, 조금은 더 순수했던 그런 사랑이야기로 많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가 되었다. 


1997년 영화[접속]

 


스캐머(Scammer)를 아시나요?


스캠(Scam)이란 카지노용어로 속임수나 사기를 일컬어 쓰는 말인데 인터넷에 등장한 애정사기를 Love Scam, 또는 Romans Scam이라고 부른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런 류의 인터넷 사기는 2000년 초에 등장하는데 그때는 이메일을 통해서 도움을 요청하는 글이 많았다. 이메일 내용은 대충 이러해서..


나는 아프리카 XX 나라에 있는 XX이며 나의 아버지는 정치인, 기업가, 은행장 등 이었고 쿠데타 또는 전쟁으로 인하여 아버지는 죽고 아버지가 숨겨놓았던 자금, 수천만달러는 XX은행에 있는데 이를 찾기 위해서 소송에 필요한 자금 몇만불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자금이 없어 돈을 찾을 수가 없으니 당신이 나를 도와 자금을 빌려준다면 수천만달러의 XX %를 약속한다  


아마, 2000년초 무역을 한다는 사람들은 모두들 한번씩은 이런 이메일을 받아보았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많은 경우에는 일주일에도 서너번씩 이런 이메일을 받아보았으니까. 그런데, 받을 때마다 어쩌면 내용들이 유사한지, 애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물론, 당시 아프리카에서 근무하던 나는 XX 나라의 사정을 잘 알기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이 이메일을 받아보고 혹한 사람들도 있을리라. 2000년 초 당시 서울강북의 중소아파트 가격이 수천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니 이런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있었을테고 이들을 유혹하기 위해 그 내용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을지는 짐작할 수 있을거야.

 

이랬던 인터넷 사기가 2000년대 중후반에 들면서 사라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까 애정사기로 바뀌어 있었지,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필자도 이런식의 이메일을 받아보았는데 대충 페이스북에 가입했던 시기와 맞물린 것 같아서, 페이스북을 중지하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때문이었어, 한달에도 수십통의 이메일을 받아보았으니까.. 그러던 중 2016년에 한 인터넷 펜팔사이트를 가입한 이후에 본격적으로 이들과 대화를 해 보았지. 내가 느낀 그들의 공통점은 이러해..


1. 개인사에 대해 내용이 없다. (개인 신상에 관해서는 일급비밀이다)

2. 보내는 사진 또한 히스토리가 없다. (어제 찍었다는 사진이 몇년전의 사진이거나)

3. 이메일외 연락할 방법이 없다. (전화번호나 메신저를 물어보면 대답하지 않는다)

4. 너무 쉽게 사랑에 빠진다. (이메일을 몇번 주고받으면 바로 "사랑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물론, 스캐머가 아니라도 위에 있는 내용처럼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어. 하지만, 다른 이와는 일상적인 대화가 오고간다면 스캐머와는 일상적인 대화가 아닌 일정한 패턴을 가진 대화가 진행된다. 무슨말인가 하면,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습니다. (자신의 신상정보)

나는 당신을 좀 더 알고 싶습니다. (자신에 대한 소개 - 애절한 스토리의 시작)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나봐요 (애정행각)

나는 당신을 보고싶어요 하지만 그럴 수 없네요 (만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

나는 정말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도와주세요 (현실적인 도움의 요청)


네 명의 스캐머와 이메일 교신을 해본 결과, 위의 패턴이 모두 유사하다. 대부분 이메일 교신 10회미만, 기간으로는 한달미만에 끝에 있는 내용과 같은 이메일을 받을 수 있다. 필자가 정서가 메마른 것인지 아니면 저들이 노하우가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대충 받았던 이메일은 모두가 동일하며 나라도 제각기라서, 한명은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거주하는 30대 후반 미망인, 한명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중인 군인, 한명은 러시아에 거주하는 20대 소녀, 나머지는 루마니아에서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는 30대 과부이다. 그들의 이메일은 공통적으로 지메일을 사용하고 있고 모두 영어를 어느정도 할줄 아는 사람들이다. 


스캐머 역관광


필자의 다른 블로그에도 올린 내용인데 여기에 그 내용을 다시한번 언급하자면, 러시아 소치에 거주한다던 집요한 스캐머에 대해 말해볼까한다. 보통의 경우, 스캐머들이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있는 사진을 도용하여 애정사기에 이용하기에 혹시 모를 피해를 위하여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다.


2016년 8월 러시아 소치에 있는 미모의 20살 여성으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해외펜팔사이트에 있는 통해 나의 이메일을 알게 되었으며 한국문화에 대해 관심이 많다는 내용이었으며 지극히 평범한 내용의 이메일이었다. 그리고 몇번의 이메일을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소치에 대한 이야기부터 자신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정말이지 탄탄한 스토리 전개를 이어간다. 그리고 어설픈 영어까지, 이후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평범한 대화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1달여도 채 되지 않아서 사랑이야기를 시작한다. 


저는 하루종일 당신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요. 내가 친구들에게 당신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모두들 내가 미쳤다고만 말해요. 이런 저를 당신은 이해할 수 있나요? 이게 운명이라면 저는 겸허이 받아드리고 싶어요 


정말이지 그 당시 애절한 내용의 편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메마른 정서덕분인지 별 감동을 느끼지 못하는데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뜬금없이 찾아온 사랑에 가슴이 설레일 수도 있는 내용이었겠지, 사실, 그동안의 이메일 교신을 유추해보면, 이 여성과 필자사이에 저런 내용의 이메일을 받을 건더기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리고 다음 이메일의 내용은..


저는 당신의 생각으로 머리가 터져버릴것만 같아요. 이것은 당신을 보고싶은 저의 마음이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모험을 하기로 했어요. 돈을 마련해서 당신을 보러 한국에 가고 싶어요. 하지만, 당신도 알다시피 저는 학생이고 그렇게 큰 돈을 빌려줄 사람이 없을 거예요. 당신이 저를 조금만 도와준다면 우리는 곧 만날 수 있겠지요


이런 메일을 받고도 의심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래서, 내가 갈테니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나를 보고도 당신이 운명을 느낀다면 그 때 미래를 생각해보자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답장이 온 것이..


당신의 용기에 감사해요. 저도 당신을 꼭 만나고 싶어요. 하지만, 나의 부모님은 엄격하셔서 당신이 오더라도 나는 당신을 만날 수가 없을 거예요. 그러니 최선은 내가 당신을 만나러 가야만 해요. 그곳에서 우리는 사랑을 속삭일겁니다. 그리고, 함께 멋진 미래를 만들어 가요. 


결국, 전화번호는 알려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는데, 대충 애정사기꾼으로 여기고 역관광을 준비했다. 얼마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송금을 하기 위해서는 받는 이의 신분증과 전화번호, 주소가 필요하니 꼭 같이 보내달라고 나 또한, 당신을 내 운명이라 여기고 나의 모든 것을 믿고 맡기겠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사실, 필자는 이쯤에서 스캐머가 어떤 반응을 보내올지 정말이지 궁금했다. 신분증을 보내려면 그 신분증과 여태까지 보내온 사진속의 인물과 일치해야되는데, 그녀(혹은 그)가 SNS에서 남의 사진을 도용했다면 감히 보낼 수 없는 자료가 신분증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도 SNS에 자신의 증명사진을 올려놓지는 않을테니까. 그런데, 몇일 후 예상을 깨고 이메일이 들어온다. 


미안해요. 내사랑, 당신에게 가기위해 저는 여권을 만들고 있었어요. 오늘에서야 여권이 나와서 당신에게 여권사본을 보냅니다. 한시라도 빨리 당신을 만나고 싶어요. 당신의 엔젤로부터.

Here is My bank account : Savelyeva Angela Vyacheslavovna 40817978510094011275 VTB 24

SWIFT : CBGURUMN, Address : Karl Liebknecht St., 10, Sochi city, Street Novoselov, Building 7, Flat 12

Phone No. : +7 (919) 4154379


그리고 이메일에 첨부된 여권사본에는 그녀가 있었다. 문제는 그 여권사본이 진짜라고 믿기에는 너무 허접한 포토샾이었다는게 문제였지만, 한번 은행에 가서 해당계좌로 돈을 송금할 수가 있는지 문의를 해보았는데 가능하다고 답변을 받았다. 그녀의 노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어진다. 필자도 그녀의 노력에 보답하기 위해서 가짜 해외송금영수증을 만들어 그녀에게 이메일로 발송하면서 은행에 확인해본 결과 돈이 송금되는데 일주일정도가 걸린다고 하니 일주일뒤에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 여행을 준비하라고 했다. (사실, 그동안의 무역을 통해 해외송금영수증이 많아서 내용만 바꿔서 보냈기에 그녀(스캐머)가 보면 가짜임을 구별할 수가 없을 것이다.)


그 이후에 몇번의 독촉이메일이 왔고 나중에는 협박성 이메일로 끝을 맺으면서 더이상 메일이 오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 이 글을 작성하면서 그녀의 이메일을 구글검색해보니 인터넷 스캐머목록에 블랙리스트로 올라와 있다. 



내가 경험한 여러 스캐머중 그래도 그녀처럼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접근하는 이들은 아직 없었다. 나중에 경험하게 된다면 2탄을 쓸 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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