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노마드
예레반, 현지인과 대화하기 1편 (2018년 10월 28일) 본문
10월 27일 오후 2시경에 도착한 One Way Hostel은 예레반 언어대에 바로 맞은 편에 있는 건물 5층에 위치하는데 무거운 배낭을 메고 올라가는 것이 마치 등산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해서 침대를 보니 말그대로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침대의 한구석은 지지대가 부러졌는지 푹 내려가 있고, 전기사용을 위한 콘센트도 Grand Hostel 처럼 각 침대마다 있는 것이 아니라 벽의 구석진 곳에 자리하고 있어 휴대폰을 충전하려면 다른 사람에게 양해를 구해야하는 점도 불편하였고 가장 신경쓰이는 것은 침대간의 위치가 너무 좁아 옆사람의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과 이불이 홑청이불(여름용)이라서 밤에 추위를 느껴야만 하는 구조였다.
나의 여행이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불편함도 어느정도 참을 수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나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직원들이 친절하다는 것에 있었다. 하루가 지나서 일요일에 (보통 여행객은 낮에 외출해서 없기에) 포스팅을 할 겸 쉬고 있었는데 할일이 없어 놀고 있는 여직원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우선, 내가 보았던 유튜브 상의 동영상처럼 아르메니아의 결혼풍습과 아르메니아 인들은 자신들의 물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직원은 늘 한명이 3교대로 6시간씩 근무하며 8시부터 2시까지, 2시부터 8시까지는 여직원 두명이 교대로 상주하고 밤에는 남직원이 와서 밤을 지새웠는데, 이 여직원 두명과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해보았다.
아르메니아에서 결혼의 조건중 여성이 처녀인지가 중요한 조건이 되는가?
22살인 리릿은 언어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영어/러시아어/독일어를 능숙하게 하는 예레반여성이다. 그녀는 나의 질문을 받자마자,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1970년대의 아르메니아라면 혼전순결이 중요한 조건중에 하나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남성들은 그런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하며, 남성이 그런 것을 결혼전에 요구한다면 과연 아르메니아에 결혼을 할 수 있는 여성이 몇명이나 있을지 모르겠다는 대답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아르메니아 여성의 몸가짐이 헤픈 것은 아니며, 기독교국가답게 혼전순결을 지키는 여성들도 있지만, 혼전순결에 대한 개념이 많이 희석된 것은 사실이라고 한다.
26살인 안나는 경영대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석사과정을 마친 상태에서 잠시 호스텔일로 알바를 하고 있는 예레반 여성이며 질문을 받자마자, 만약 자신의 남친이 그런 것을 중요시한다면 당장 헤어지겠다고 대답한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순결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보통의 아르메니아 여성이 고등학교 이후로 남친이 생기며 빠른 사람의 경우 20대 초반에 결혼을 하게 되는데, 이런 경우를 빼고는 실제 경제적 어려움과 실업으로 인하여 애인과 결혼해도 충분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상태에서 자신과 같이 고학력의 실업자가 많아 대부분 결혼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 아르메니아의 현실이라고 한다. 지금은 결혼의 조건이 육신의 순결보다는 오히려 경제적인 조건을 따져 결혼하는 것인 현 실정이라고까지 말할 정도이다.
아르메니아 물가에 대해 현지인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리릿 : 대학교를 졸업하면 평균 월급이 대략 180불/월정도인 것을 감안해서 현재의 아르메니아 물가는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경우에도 월 180불로 화장품은 고사하고 옷을 사입는 것도 버거울 정도로 현지인이 생각하는 아르메니아 물가는 살인적이라는 말을 한다. 현재, 실업률이 높아서 자신도 이 호스텔에 잠시 근무를 하고 있는데 하루 6시간을 근무하고 주말이나 휴일에도 일하는데도 불구하고 한달 월급이 50,000드람(약 120불)정도를 받고 있으며 이런 월급 또한, 다른 직장에 비해 좋다는 이야기를 한다.
안나 : 경영학도이기에 경제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으며 현재의 아르메니아는 80%이상을 해외수입에 의존하며,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너무 높게 책정(부가세 20%)되어 있어, 회사등록은 쉽지만, 회사경영은 어려운 환경을 가지고 있는 국가중에 하나라고 자세히 설명해준다. 이러한 높은 세금은 현지인에게도 걸림돌이 되어, 정식으로 회사를 운영하기에 어려운 실정이며 모두들 어떻게 탈세를 할까에 대한 고민을 할 정도로 아르메니아에서의 제조업 및 외국자본의 유치는 이웃나라인 조지아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최근 중국산이 밀려들면서 어느정도 서민들의 애로점을 해결해 주고 있으나, 사회전체가 돈이 최고라는 인식이 팽팽하게 자리잡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제조업이 부족하다보니 비싼 해외물품에 의존해야되고 이 또한 전체적인 물류비 상승으로 인하여 지속적인 물가상승에 실제로 현지인들은 한숨만 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외국계 회사에 들어가야 월 400불정도를 받는데 이마저도 높은 경쟁률과 인맥으로 인한 자리매김에 일반인들은 원서를 넣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고..자신이 석사를 졸업했음에도 제대로 된 직장을 찾지 못해서 이 호스텔에서 알바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한다.
외국여행객이 말하기를 조지아보다 아르메니아가 더 싸다고 하는데 맞는 이야기인가?
이구동성 : 말도 안되는 이야기이다. 아르메니아는 조지아로부터 많은 것을 들여온다. 제조업을 보더라도 조지아가 아르메니아보다 많기 때문에 많은 아르메니아인들이 조지아로 넘어가서 과일이나 채소류, 공산품을 구매하는데, 아르메니아가 조지아보다 싸다면 과연 그런 일이 발생할까? 다만, 자신들이 생각할 때, 외국 여행객과 관련된 것은 숙박요금이나 교통요금이 많은 영향을 미치니 이와 같은 조건을 내세운다면 아르메니아가 조지아보다 물가가 싸다는 것은 어느정도 이해하지만, 일반 식품류나 공산품의 경우는 절대 조지아가 더 싸다. 이유는 아르메니아를 둘러싸고 있는 나라중 아제르바이잔과 터기와는 외교적 마찰때문에 수입을 꺼려하며, 이란의 경우는 오히려 높은 물가로 인하여 무엇인가를 수입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결국 조지아를 통해 해외물건을 수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식료품 또한, 나라의 전체가 산악지대인 아르메니아의 경우 (예레반의 경우, 해발 1000미터가 넘는 지역이다) 밀농사나 밭농사보다는 오히려 과일, 그중에 사과, 포도, 귤, 살구와 같은 과일을 제외하고는 그 흔한 견과류조차도 조지아를 통해 수입을 한다고 한다.
아르메니아 중산층의 한달 생활비는?
두사람이 말한 아르메니아 평균월급은 제각기 달랐다. 리릿의 경우는 아르메니아 평균월급이 미화 200불선이라고 하고, 안나의 경우는 아르메니아 평균월급이 300불선이라고 말했다. 외국기업의 경우는 보통 450불이상을 생각하며, 중산층이라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 단지 그들의 수준에서 한달에 소요되는 비용을 물어보니 이구동성으로 대략 다음과 같은 기준의 생활비를 이야기해주었다. 둘다, 예레반 시내에 주거하고 있다.
4명의 가족구성원 대비 가스비 10,000드람(겨울의 경우는 50,000드람이나 시외곽지역의 경우, 아직까지 장작을 피워 난방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가정마다 장작창고가 있다고 한다. 전기세의 경우는 아르메니아에서 비싼 축에 속하며 자신의 가정에서는 한달 평균 25,000드람이 나온다고 한다. 인터넷 4000 드람, 전화비 가정마다 다르지만 보통 4명기준으로 3000드람미만이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공과금외 식료품비나 의류, 화장품 구매 등을 포함하면 평균적으로 월 미화 500불정도가 중산층에 속하며 가정내 학생이 있는 경우는 월 800불정도가 기본이기에 현재의 아르메니아 가정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모두 일해야하는 처지이며 대학 등록금 또한 가장 싼 예레반언어대가 1100불/년이고 이공계열은 1800불 수준, 의과대학은 말그대로 금수저나 가는 곳으로 치부된다고 한다.
문과계열의 대학은 여성들이, 이공계열의 대학은 남성들이 많다는데 사실인가?
아르메니아에서 여성은 결혼후 가사일이나 육아일은 전담함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집안일수록 여성의 교육에 대한 관심이 적으며 이로 인하여 여성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드물며, 진학하더라도 비싼 등록금으로 인하여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공계열보다 문과계열의 등록금이 저렴하고 특히나 언어대의 경우, 예레반에서 가장 등록금이 저렴함으로 이 대학으로 여성들이 몰리는 현상을 어쩔 수 없는 사회현상이며, 남성의 경우, 이공계열이 취업이 쉽고, 사회적인 요구에 의해 이공계열로 몰리는 현상이 있으며 특히 집안이 어려워도 남성에 대해 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이러한 남여간의 뚜렷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경우,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대학교에 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대학기간동안 전공뿐만아니라 부전공을 공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언어대의 경우, 대학을 졸업할 무렵, 대부분의 졸업생이 러시아어는 기본으로 영어외 제2외국어를 마스터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One Way Hostel 언어대 지점은 화요일 문을 다는다고 한다. 앞으로 오직, 본점이 공화국광장에 있는 곳만 운영이 되며 이 직원들은 화요일부터 직장을 잃게 되었다고 하니, 모두들 향후 직장을 구하는 일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말해, 조금은 아쉬운 감정이 들었다. 혹시, 아르메니아에 있을 때 곤란한 일을 겪게 되면, 도움을 청하기 위해 전화번호를 얻을 수 있냐고 물어보니 두명 모두 흥쾌히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이로써, 두명의 아르메니아 친구들이 생기게 되어 기분 좋게 잠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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