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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타이시 호스텔 가는 길 (2018년 11월 17일)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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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타이시 호스텔 가는 길 (2018년 11월 17일)

LifeChallenger 2018. 11. 1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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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한 호스텔(Hostel Forrest)은 거의 쿠타이시 북동쪽에 위치하였고, 내가 내린 버스터미널은 도시의 남서쪽에 위치하여 25키로가 훌쩍 넘어가는 무거운 배낭을 매고 걸어가기에는 조금은 무리인 거리이다. 


Hostel Forrest 가는 길


인터넷에 확인한 바로 1번 버스를 타고 갈까 생각하여 버스 정류장에서 1번을 기다리는데 20분이 넘어도 오지 않고 비는 점점 거세게 내리고 있었다. 그냥 택시를 타고 갈까하여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보여주면서 가격을 물어보니 50라리를 달란다. 혹시 잘못 들었나 해서 핸드폰에다가 5라리를 타이핑해서 보여주었더니 50이라는 숫자를 확인하듯 보여주길래 어이가 없어 다시 버스 정류장에 돌아왔더니 계속 따라오면서 가격이 내려간다. 20라리를 자기 휴대폰 액정에 보여주면서 엄지손가락을 쳐들기에 그냥 버스타고 간다고 했더니 주변 다른 택시기사와 키득키득되면서 웃는데 여간 기분이 나쁜 것이 아니었다. 정류장 주변사람들에게도 구글맵을 보여주면서 몇번 버스가 가냐고 물어보았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도 없을 뿐더러 모두들 택시를 타고 가라고 일러주는데 도대체 할 말이 없다. 사실, 트빌리시에서 바투미, 그리고 이곳 쿠타이시까지 내가 길을 물어본 후 버스를 알려달라고 할 때 몇몇의 사람들만 제외하고는 거의 똑같은 대답이 택시를 타고 가라는 것이었다. 누가 택시를 탈 줄 몰라서 그런가? 택시기사와의 실랑이가 싫을 뿐, 만약에 택시기사가 10라리를 불렀다면 탈 수도 있다. 물론 거리상으로 5라리도 안하는 거리이지만 바가지 쓰는 셈치고 타고 갈 수도 있겠지만, 50라리를 부르는 사람은 처음부터 장난을 친 것이나 진배없다. 그런 사람 혹은 그 주변에 있는 택시를 타다가는 결국 도착지에서 실랑이를 하게 되는 것이 십중팔구.. 더이상 비를 맞기가 싫어서 구글 내비가 알려주는 길을 따라 무작정 걸었다. 가다보면 버스가 있겠지 하면서 걷고 있는데 길을 잘못 들었는지 버스가 전혀 지나다니지 않는 길로 걷고 있었다. 다행이 아직까지 비는 보슬비여서 걷기에 큰 지장은 없었지만 어찌되었건 피곤한 것은 피곤한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걷다보니 1번 버스가 지나가는데 구글맵을 보니 1.6킬로밖에 남지 않았다. 여태까지 걸어온 것 끝까지 걸어가기로 마음 먹고 걷다보니 하필 언덕위에 호스텔이 있어 한참을 걸어올라가야하는 문제가 생겼는데 어쩔 수 없이 길을 걸어 버스정거장에서 여기까지 거의 1시간여만에 호스텔(Hostel Forrest)에 다달을 수 있었다. 


Hostel Forrest 정문


호스텔 정문이 보이지 긴장감이 풀리면서 다리에 힘이 빠진다. 어서 들어가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어 서둘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니 중년의 남성이 청소를 하고 있는 것이 보이는데 호스텔주인이라 생각해서 예약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했더니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니노, 니노"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지만 호스텔 여주인 이름이 니노이고 이 사람만이 영어를 서투르지만 할 줄 알고 있었다.


Hostel Forrest 마당

 

여주인은 땀을 한바가지 흘리는 나를 보더니 수건을 가지고 와서 좀 쉬라고 말하기에 체크인후 침대에서 쉬고 싶다고 하니 호스텔을 보여주면서 원하는 침대를 사용하라고 한다. 


Hostel Forrest 도미토리룸


오 처음이었다. 캅카스 지역에서 와서 도미토리를 예약했는데 청결함이나 깔끔함을 둘째 치고서라도 이층 침대가 아닌 개인 싱글침대이고 매트리스도 훌륭하였다. 조식포함 9라리(3800원)에 횡재한 느낌이랄까? 여주인이 설명하기를 지금은 모두 비어있지만 오늘 밤이후부터는 모든 침대가 풀이라고 설명해준다. 이탈리아 여성은 밤 11시에 도착하고, 일본인 남성 한명, 미국인 여성 한명, 그리고 나까지 4명이 도미토리룸에 숙박할 사람이라고 한다. 


이 호스텔의 단점은 주변에 슈퍼가 400미터정도 떨어진 곳에 있다는 것과 버스정거장에서 멀다는 것인데, 이 모든 단점을 제외하고서라도 훌륭한 시설과 맘에 드는 주인, 이보다 좋을 일이 있을까?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샤워를 하고 나오니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점심을 해결하고자 밖으로 나가보았지만 금방에는 음식점이 없었고 이야기를 들어보니 식당을 찾으려면 1.2킬로 정도 걸어서 시내중심으로 나가야한단다. 


결국, 호스텔 근처에 있는 정육점에 들려 돼지고기(삼겹살) 1Kg (14라리)를 사다가 요리를 해먹고 있는데


쿠타이시에서 직접 한 돼지고기 요리


집주인인 남성이 다가와 맛있어 보인다고 하길래 접시에 퍼서 주었더니 감사의 뜻으로 집에서 만든 하우스 와인을 대접하겠다고 가져왔는데 흠 의외로 많다(대략 3리터정도), 그냥 맛보라고 한잔정도 가져올 줄 알았더니 3리터가 뭐냐. 연배가 비슷해보이는 남성은 여권에서 나의 생년월일을 보았는데 연배가 비슷해 친해질 겸 와인을 대접한다고 해서, 돼지고기에 와인, 의외로 궁짝이 맞았다. 집주인은 보통 스페셜한 데이에 와인을 먹는데 이전에는 여성들은 제외하고 남성들은 거의 3리터를 혼자 먹었다고 한다. 그냥 포도쥬스 3리터를 먹는다는 생각에 주방 한쪽벽에 붙어 있는 전단지를 보았더니 이 와인, 파는 거였다. 1리터에 10라리로, 왠지 좌불안석으로 불안함 마음을 금할 길이 없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주인이 슬쩍 우리가 먹고 있는 것을 보더니 남자를 부른다. 그리고 한참을 잔소리하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남자가 야단맞은 소년마냥 풀이 죽은채로 주방에 들어온다. 아...왜 모든 남자들은 여자들에게 약한 것일까? 왠지 불쌍해 보인다. 30라리를 주면서 내가 산 것으로 하자고 했더니 금새 얼굴에 생기가 돌더니 이 순박한 남자는 2층으로 올라가서 아내에게 큰소리를 치면서 곧 조그마한 유리단지에 들어있는 와인을 가지고 왔는데 그것이 액기스라는 제스처로 엄지손가락을 뻣뻣하게 치들면서 가슴을 소리나게 탕탕 친다. 한잔을 조그만 유리글라스에 따라 주면서 시음하라고 하는데 내가 와인전문가는 아니지만, 제법 괜찮은 맛이었다. 이렇게 시아버지도 몰라본다던 낮술에 고무되어 슈퍼에 가서 3리터짜리 맥주(7라리)을 사들고와서 또 술파티를 하고 있는데 어느덧 술기운이 돌고 비는 청승맞게 내리고 있었다. 


역시 여행은 사람이다. 사소한 일상이었지만, 말없고 수더분한 이 남자주인이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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